[2025 Recap] Day 1: 말뿐인 비서에서 '행동하는 대리인'으로 (1월-2월)
들어가는 글
2025년의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고 있다. 올해 IT 업계는 ‘혁신’이라는 단어가 진부하게 느껴질 만큼, 매달 새로운 패러다임이 등장하고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앞으로 7일간, 2025년 한 해를 관통했던 주요 기술적 흐름과 사건들을 되짚어보려 한다. 그 첫 번째 기록은 지난 겨울, 1월과 2월의 풍경이다.
1월: CES 2025와 ‘AI PC’의 표준화
2024년이 ‘생성형 AI의 충격’이었다면, 2025년 1월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5는 ‘AI의 일상화’를 선언하는 자리였다.
NPU의 보편화 (NPU Everywhere)
가장 눈에 띄었던 변화는 하드웨어 스펙 시트였다. 인텔, AMD, 퀄컴, 그리고 애플까지. 모든 제조사가 CPU와 GPU 성능보다 NPU(Neural Processing Unit)의 TOPS(초당 연산 횟수)를 경쟁적으로 마케팅했다.
더 이상 ‘AI PC’는 프리미엄 라인업의 전유물이 아니었다. 보급형 노트북은 물론, 냉장고와 세탁기 같은 백색 가전에도 경량화된 언어 모델(SLM)을 구동하기 위한 칩셋이 탑재되기 시작했다. 클라우드를 거치지 않고 기기 자체에서 자연어를 처리하는 ‘온디바이스 AI(On-device AI)’가 선택이 아닌 필수 조건으로 자리 잡은 시점이었다.
웨어러블의 폼팩터 경쟁
스마트폰을 대체하겠다며 등장했던 핀(Pin) 형태의 기기들은 1세대 모델의 참패를 딛고 2세대로 진화했다. 화면을 없애는 극단적인 시도보다는, AR 글래스와 결합하거나 스마트폰의 보조재로서 AI 에이전트 기능을 수행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2월: LLM을 넘어 LAM으로 (Large Action Model)
MWC 2025(Mobile World Congress)가 열린 2월, 소프트웨어 업계의 화두는 단연 ‘에이전트(Agent)’였다.
챗봇 시대의 종말
사용자들은 더 이상 챗봇과 ‘대화’만 하는 것에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단순히 정보를 요약해 주는 것을 넘어, “사용자를 대신해서 행동하는” 모델에 대한 갈증이 폭발했다.
이때 주목받은 개념이 LAM(Large Action Model)이다. 기존 LLM이 텍스트를 생성하는 데 그쳤다면, LAM은 앱을 실행하고, 버튼을 클릭하고, 결제까지 수행한다.
- “비행기 표 찾아줘” (LLM) → “여기 정보가 있습니다.”
- “비행기 표 예매해 줘” (LAM) → (앱 실행 -> 날짜 선택 -> 결제 완료) “예매했습니다.”
운영체제(OS) 레벨의 통합
구글의 Android 16 프리뷰와 애플의 iOS 19 루머가 돌기 시작한 것도 이 무렵이다. 두 거대 플랫폼 모두 서드파티 앱 API를 AI가 직접 제어할 수 있는 권한을 대폭 확대하겠다고 예고했다. 이는 스마트폰이라는 기기가 단순한 ‘앱 실행기’에서 ‘개인화된 AI 비서의 하드웨어’로 재정의되는 신호탄이었다.
기술적 회고: 환각(Hallucination)과의 전쟁, 그 이후
1월과 2월은 개발자들에게 고통스러운 시기이기도 했다. ‘행동하는 AI’는 필연적으로 보안 문제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AI가 잘못된 정보를 말하는 것은 웃고 넘길 수 있지만, AI가 잘못된 송금을 하거나 엉뚱한 이메일을 발송하는 것은 치명적이다.
따라서 기업들은 모델의 크기를 키우는 경쟁을 멈추고, RAG(검색 증강 생성)의 정교화와 ‘추론의 검증(Reasoning Verification)’ 기술에 막대한 리소스를 투입하기 시작했다.
요약
2025년의 1월과 2월은 ‘신기함’이 ‘유용함’으로 바뀌는 과도기였다. AI는 구름(Cloud) 위에서 내려와 우리 손바닥(On-device) 위로 들어왔고, 말만 하던 수다쟁이에서 일을 처리하는 일꾼으로 변모하기 위한 준비를 마쳤다.
하지만 하드웨어가 준비되었다고 해서 시장이 바로 반응한 것은 아니었다. 3월과 4월, 거대 테크 기업들의 플랫폼 전쟁과 함께 하드웨어 시장에는 또 다른 혼란이 찾아오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