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Recap] Day 4: 현실과 가상의 경계가 무너지다 (7월-8월)
들어가는 글
지난 [Day 3]까지 우리는 텍스트와 코드를 다루는 언어 모델(LLM)과 OS 생태계의 변화를 살펴보았다. 여름이 절정으로 치닫던 7월과 8월, IT 업계의 열기는 ‘멀티모달(Multimodal)’ 중에서도 시청각 영역으로 옮겨붙었다.
더 이상 “AI가 그린 그림이 이상하다”고 비웃던 시절은 끝났다. 2025년의 여름은 ‘본 것이 진짜인지 믿을 수 없는’ 시대로의 진입을 알렸다.
7월: 비디오 생성 AI의 퀀텀 점프
2024년 초 공개되었던 OpenAI의 Sora는 시작에 불과했다. 2025년 7월, 주요 AI 기업들은 일제히 2세대 비디오 생성 모델을 공개했다.
1분 롱테이크의 벽을 넘다
가장 큰 기술적 성취는 ‘일관성(Consistency)’과 ‘지속 시간(Duration)’이었다. 기존 모델들이 10초 내외의 짧은 클립에서 캐릭터의 얼굴이 뭉개지거나 배경이 뒤틀리는 현상을 보였다면, 2025년 여름의 모델들은 1분 이상의 롱테이크 영상에서도 피사체의 정체성을 완벽하게 유지했다.
단순한 프롬프트 입력 방식을 넘어, 카메라 앵글, 조명, 렌즈 종류까지 텍스트나 UI로 제어하는 ‘AI 디렉팅 툴’이 대거 등장했다. 1인 유튜버가 헐리우드급 VFX(시각특수효과)를 구현하는 것이 가능해진 것이다.
실시간 렌더링의 등장
더 충격적인 것은 속도였다. 클라우드 기반이긴 했지만, 준실시간(Near Real-time)으로 영상을 생성해 주는 서비스가 시범 운영되기 시작했다. 이는 게임 산업과 메타버스 업계에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다. 미리 만들어둔 그래픽이 아니라, AI가 상황에 맞춰 실시간으로 배경을 그려내는 게임이 데모 형태로 공개되었다.
8월: 목소리의 복제와 ‘디지털 트윈’의 대중화
비디오의 발전과 함께 오디오 생성 기술도 정점에 달했다. 8월에는 ‘음성 복제(Voice Cloning)’ 기술이 일반인도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앱 형태로 널리 퍼졌다.
3초면 충분하다
과거에는 몇 시간 분량의 녹음 데이터가 필요했던 개인화 음성 합성이, 이제는 단 3초의 샘플만 있으면 감정 표현까지 완벽하게 모사해냈다.
이 기술은 ‘디지털 트윈(Digital Twin)’ 서비스와 결합되었다. 유명 인플루언서나 강사들은 자신의 외모와 목소리를 본뜬 AI 아바타를 만들어 24시간 라이브 방송을 하거나 팬들과 1:1 대화를 나누는 서비스를 런칭했다. “잠은 AI가 대신 자고, 나는 활동한다”는 농담이 현실이 된 것이다.
그림자: 딥페이크 포비아와 사회적 비용
빛이 강하면 그림자도 짙은 법. 7월과 8월은 전 세계적으로 딥페이크(Deepfake) 범죄가 사회적 재난 수준으로 격상된 시기였다.
인증 시스템의 붕괴
기존의 비대면 금융 인증 수단이었던 영상 통화나 목소리 인증이 무력화되었다. AI가 실시간으로 얼굴과 목소리를 바꿔치기하는 피싱 범죄가 기승을 부렸다. 금융권과 보안 업계는 비상이 걸렸고, 생체 인식을 넘어선 새로운 인증 수단(블록체인 기반 DID 등) 도입을 서둘렀다.
워터마크 의무화 논쟁
미국과 EU를 중심으로 ‘AI 생성물 워터마크 의무화’ 법안이 강력하게 추진되었다. 메타데이터뿐만 아니라, 육안으로는 보이지 않지만 픽셀 단위에 정보를 심는 ‘비가시성 워터마크(Invisible Watermark)’ 기술이 표준화 논의 테이블에 올랐다.
하지만 오픈소스 진영에서 풀린 모델들로 생성된 콘텐츠는 규제의 사각지대에 있었기에, 기술적 해결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비관론도 팽배했다.
기술적 회고: 생성과 탐지의 창과 방패
8월 말, 주요 테크 컨퍼런스에서는 ‘생성(Generation) vs 탐지(Detection)’ 세션이 가장 뜨거웠다.
흥미로운 점은 AI가 만든 가짜를 잡는 것도 결국 AI라는 사실이었다. ‘적대적 생성 신경망(GAN)’의 원리처럼, 생성 모델과 탐지 모델이 서로를 학습하며 끝없이 진화하는 ‘무한 경쟁 루프’에 빠져들었다.
요약
2025년 여름, 우리는 ‘진실의 종말’을 걱정해야 했다. 누구나 영화감독이 될 수 있고, 누구나 가수가 될 수 있는 세상이 열렸지만, 동시에 내가 보고 듣는 것이 진짜인지 끊임없이 의심해야 하는 피로감도 함께 찾아왔다.
이 혼란스러운 여름을 지나, 9월과 10월에는 AI 거품론과 함께 ‘수익화(Monetization)’에 대한 냉정한 평가가 시작된다. 기술적 신기함을 넘어, 과연 돈이 되는가?